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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6/08/31 10:34
 그러나 그 사람들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 사람이 있었다. 그는 빠리 지사장으로 있던 사람이었고 서울 상대 출신이었다. 나보다 두세 살 위로 당시 아직 젊었던 그는 나에게 사람이 돈에 눈이 어두워지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가까이에서 똑똑히 볼 수 있게 한 첫번째 사람이기도 했다. 본사가 문을 닫게 되자, 그는 그것을 한몫 잡을 기회로 삼았다.

 서울 본사는 문을 닫고 없어졌는데, 빠리 지사에는 아직 재고가 많이 남아 있었다. 본사가 없는 지사에 그와 나 두 사람만 남게 되었고 외환은행 빠리 지점의 관리를 받았다. 그는 나의 상사였고, 큰 하자가 있는 나는 그 누구한테도 발언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었다. 그는 지사에 나왔다가 회사가 망해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드러내놓고 한몫 잡겠다고 선언했고 실천에 옮겼다. 나는 그의 눈에 가시가 되었다. 그런데 그 가시가 아주 힘없는 가시에 불과하다는 것이 곧 드러나자 나에 대한 그의 태도는 돌변했다. 본사가 아직 살아 있을 때는 그는 나에게 비교적 친절했었고 또 나의 '하자'를 이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. 본사가 없어지고 내가 방해물이 되자 나를 범죄자라고 불렀고 급기야 간첩이라고 했다. 냉전논리의 수법은 정권을 쥔 자들만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. 나는 그의 이익 추구를 위해 간첩이 돼주어야 했다. 나중에 어떤 사람을 위해 안기부의 끄나풀이 돼주어야 했던 것처럼.

 나는 그 같은 사람이 예외적인 게 아니라는 주장을 들었다.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예외적이고 또 바보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. 그 주장을 했던 사람은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. 그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. "요새는 젊은 사람들이 더 바랍니다." 세월이 지나가면서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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